'엄마'라는 말

그때 엄마의 말을 너는 알아들었을까. 엄마가 스스럼없이 너를 혼낼 때는 네가 엄마, 엄마를 더 자주 불렀던 것 같다. 엄마라는 말에는 친근감만이 아니라 나 좀 돌봐줘,라는 호소가 배어 있다. 혼만 내지 말고 머리를 쓰다듬어줘, 옳고 그름을 떠나 내 편이 되어줘, 라는. 너는 어머니 대신 엄마를 말을 포기하지 않았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금까지도. 엄마라고 부를 때의 너의 마음에는 엄마가 건강하다고 믿고 싶은 마음도 섞여 있었다. 엄마는 힘이 세다고, 엄마는 무엇이든 거칠 게 없으며 엄마는 이 도시에서 네가 무언가에 좌절을 겪을 때마다 수화기 저편에 있는 존재라고.

-'엄마를 부탁해' 중에서, 신경숙 著








by inthePark | 2009/12/05 09:39 | 내낡은서랍속 | 트랙백 | 덧글(0)

04.12.09

#1.
2009년의 마지막 달이다. 오예. 정말 1년이 후딱 지나가는구나. 세월의 속도가 나이와 비례한다는데, 정말 맞는 말인듯. 내년은 얼마나 더 빨리 지나가려나. 후이.. 무섭군.

#2.
요즘은 연주 준비하느라 계속 바쁜것 같다. 솔로와 캄머를 병행하다보니, 수업이 단순히 배로 늘어난것이 아니라(똑 떨어지는 수로 늘어나는 수업이 아니었음..).. 여튼 매일같이 다른 교수님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내 것과 섞느라 골치가 아프고, 게다가 파트너의 의견까지 들어야하니, 이건 뭐 차라리 솔로가 속 편한 인생이었구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확실히 많이 배우고있음. 학교 대표로 뽑히고 나서는 학장도 먼저와서 악수를 청하는...? 이게 끝까지 결과가 좋아야 뭐 경력에 한 줄이라도 더 써넣을텐데말이다... 흠. 뭐 가는데까지 해 보고...;;

#3.
오우. 난 매일같이 프로베와 수업과 나의 개인적인 일의 스케쥴로 두통을 앓고있는데, 그래서 그 좋은 휴식도 마다하고 있는데, 저렇게(#2) 한 단락으로 적어버리니 엄청 허무하군. 오 예, 허무하긴한데, 알아차릴 새도 없구나... ㅡㅡ;

#4.
본의 아니게 맡은 감투를 쓰고 나름 좀 움직였더니, 쉐핀에게서 '카리스마가 있는 선생이로군요.'라는 칭찬을 들었음.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지는. 내가 감투를 좋아했었나...? 음. 어색해.

#5.
어법 자체가 굉장히 자신감에 넘치는 친구가 하나있다. 섣불리 다가서기가 어려운데, 그렇다고 뭐 굉장히 까탈스러운것도 아니다. 사람에게 다가서기위해 노력을 하는 타입이 아닌 나는, 어쩌다가 가까워진 이 친구와 관계를 유지하는데 좀 애를먹고 있다. 어느 순간 어느 주제에서 순간 불이 붙어버린 이후, 우리는 서로를 친하지 않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상태에 놓였다. 그 테마를 벗어나서는 정말 애매하기 짝이없는 서로인데도. 스스로는 쿨~하고, 호불호가 분명하여 자신은 썩 괜찮은 사람이라고 하던데. 한량같은 내가 볼 때에는 그대는 참 틀이 많아서 갑갑하오.

#6.
지난번에 타로를 봤을때도 그렇고, 내 성격 자체에 '동화같은 판타지'가 있다던데. 어제 한 동생으로부터, '참 소녀같다.'라는 말을듣고는 화들짝. 울 엄마가 많이 듣는 소리가 저 소리였는데. 내게는 너무 무서웠던 엄마인데, 남에게서 그 소리 들을때마다 굉장한 반발심에 사로잡혔었거든. 내게 저 말은 욕도 칭찬도, 그 무엇도 아닌것이지만, 여튼, 내게서 자꾸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엄마의 모습이 날 너무 놀라게한다. 입으로 쉴새없이 떠들었던 '나 잘났어'류의 개똥철학은 세월과 함께 잊혀지고, 내가 그렇게 부정하던 엄마의 모습으로 변해가는것같다. 어쩔수 없는 일인가...?

#7.
뒤늦게 한국 소설,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저)를 읽었네. 눈물이 한없이 앞을 가리고, 또 가려서, 밤에는 침대에 누워서 한없이 엄마, 엄마를 부르면서 울다 잠이들었네. 책 뒷편에 이적씨의 평이 실려있었는데, 아주 간단명료하게 이 책을 설명하고있다. '아직 늦지 않은 이들에겐 큰 깨달음이 되고, 이미 늦어버린 이들에게는 슬픈 위로가 되는, 이 아픈 이야기.' '엄마'에 대한 감정이 굳어졌다면 꼭 읽어야 할 소설이다. 가끔 꺼내보고 읽으면 좋을듯. 마냥 눈물만 나는 책은 아니었어. 이렇게 만년 희생으로 산 어머니 말고, 그 다음 세대의 어머니를 주제로 한 소설도 어서 나왔으면 좋겠다. 어려웠던 시절의, 인생을 송두리째 반납한 어머님의 인생은 한국전쟁 당시 이야기처럼, 그저 옛날의 시대상으로만 비춰지기도 하거든. 나도 이런데, 젊은 아이들은 오죽할까. 좀 더 현실적으로 '엄마'를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 너무나 가슴을 울렸던 엄마에 대한 묘사는 다음 페이지에.

#8.
내 앞에서 성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아무렇지않게 꺼내는 두 남자친구에게 나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하지? 음. 내가 여자로 안보였던건가.ㅡㅡ; 나중엔 열심히 얘기하다가 한 친구가 '넌 왜 우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거야?'라고 진지하게 물어서, '그 테마로는 별로 이야기를 같이하고 싶지가 않아.'라고 대꾸했다. 저질스런 남정네들의 대화가 아니라, 진짜로 심각하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대화하고 있었음. 차라리 그들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좋았을것을.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는 차리는지, '정말 한국 사람들은 그래?'식의 질문은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눈치만 보더군.
얘기의 테마는 '한국에서는 결혼 전에 성관계는 하면 안된다고 알고있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문화는 이해하기가 힘들다.'로 시작되었다. 또, '한국 남자들은 순결한 상태의 여성과 결혼하길 원하는데, 그 이유는 여자가 아이같길 원해서이다.'라고 말했다. 또,'한국 남자들은 여자를 갖기위해서 결혼한다.'라는 말과, '한국 남자들은 순결한 여자에게서 무슨 매력을 느끼는지 알 수가 없다. 난 취미없다.'라는 식의 말도.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은 뭐든 간섭이 심하고, 음주 문화가 허용되는 나이도 너무 늦다고 생각하는듯. 그들이야 한국에서 어찌됐건, 이유에 대해서 뭐 그리 깊게 배려하면서 생각하겠냐. 그냥 심심풀이 땅콩에 스스로 납득할만한 고리만 찾으면 그걸로 땡이지. 나도 뭐 어디에 무슨 이유로 대화에 끼어들어야 할 지도 모르겠고. 여튼, 테마는 다시 오케스트라로 돌아왔음. 내가 너무 보수적인가? 음. 갑자기 파싸우에서 연주하던 날, 실수로 잘못 엘리베이터를 눌러서 테너가 머무는 층에 멈췄는데 그 가수가 '오늘 내 방에서 잘래?'라는 물음에 '어머, 미안해.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라고 말했던 기억이. 그 상황에서 얼굴 붉히면서 '날 지금 희롱하는게요??'라며 반응했다가는, 굉장한 콤플렉스로 똘똘뭉친 여자로 오인받기 쉬우니까. 음. 한국에서야 그럴 일이 있을 수도, 있지도 않겠지만, 참... 이런 상황에서 난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음...; 아, 참고로 저 두 친구는 하나는 미국인, 하나는 독일인임. 또, 참고로, 저 둘은 한국 사람들과도 엄청나게 친하게 잘 어울리면서 지내는 친구들. 뭐, 나도 이 곳 사람들 좋아하면서도 전부 다 이해하는건 아니니까, 나의 태도나 그들의 태도나 피차일반이긴하지만. 참.. 겉으로는 아이 러브 코리아! 하는 애들인것 같았는데 말이지. 잘못되었다는게 아니라, 그들이 무엇이가는 이상해하고 이해하지 못할것이라는걸 알았으면서도, 왜 예상치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ㅡㅡ;

#9.
오늘 드레스를 질러버렸다. 예전에 사 놓은 드레스는 되 팔 생각을 하고, 새것을 구입했음. 마침 그 날, 그 가게에있던 손님에게 20프로 할인의 영광을 준다하여, 옳타구나! 하면서 얼른 집어들고왔네. 순간, 앞으로 내가 연주를 할 날이 얼마나 많이 남았을지를 생각하게 되더군. 과연 얼마나 남았을까... 음. 미래를 생각할때, 항상 그 미래가 밝았으면 좋겠어. 켁.

#10.
집시 여인같은 여자. 요즘 그 여자의 매력에 끌리는 중. 거침없고, 활기차고, 샤먼과 같은 에너지도 넘치면서, 밝은 기운까지. 그런 교수가 울 학교에 있다. 젠장. 빛을 일찍 본 케이스의 인물이라 나랑 나이차이도 별로 안나는데(5살 정도?) 벌써 대학에서 애들 가르치고 계심. 묘한 매력이 있어. 글로만 봤던 찌고이너의 매력을 직접 느낄 수 있어서 좋았음. 캐릭터를 이해하는데는 직접 경험하는것이 최고 좋은것같다. 내 공부자체가 캐릭터 분석이 중요한 일이어서.. 예전엔 영국 신사가 왜 멋있는지 몰랐었거든. 여기 와서 알았지. ㅋㅋ  음.

+++
내가 할 말이 이렇게 많았었나...? ㅡㅡ;

by inthePark | 2009/12/05 09:32 | 내낡은서랍속 | 트랙백 | 덧글(0)

Nicolai Kapustin Nearly Waltz for Violoncello & Piano Op.98


Nicolai Kapustin Nearly Waltz for Violoncello & Piano Op.98

by inthePark | 2009/11/30 19:02 | Inspiration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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